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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의 정체 우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감독도 모른다. 고양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감독도 모른다. 답을 정해놓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예전에 단편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이 인물의 정체는 나도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일부는 발끈했다. "그걸 쓴 사람이 모른다고 하면 말이 돼요?" 무척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불통의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도 난 종종 내가 쓴 각본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표현한다. 상대방을 약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은 이에 대해 '알아가자'고 말한다. 쉽게 '바꾸자'고 말하지 않는다. * 모호함은 최상의 소통을 갈구할 때 나타난다고 믿는다. 흔히 말하는 타당성보다도 더 상위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잡아보고자 한 결과물. 다음 세계의 창작 방식... 2018. 5. 24.
무비워커스 단편영화 무료 시사회 독립영화 제작팀 '무비워커스'에서 첫 번째 시사회를 개최합니다. 각기 색깔이 다른 5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입니다. 미흡하고 거친 부분이 있더라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관객 무료 입장입니다.) - 일시 : 2018년 1월 21일(일) 오후 3시 30분 (런타임 약 90분) - 장소 : 시네마테크KOFA 2관 (한국영상자료원, 마포구 상암동 1602) * 주차 공간은 있으나 유료입니다. 대중교통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공항철도, 6호선)을 이용해 주세요. - 상영작 소개 백일 밤을 기다리면 (감독 최헌준, 20분, 2017)장르: 로맨스 스릴러 어느 겨울 밤, 어두운 골목 계단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 같은 과 동기인 상희를 짝사랑하던 대학생 진호는 그녀의 집 앞에서 백일.. 2018. 1. 15.
미스터리 단편 '너 말고 아무도' 미스터리 단편 '너 말고 아무도' 후반작업을 완료했습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이 사랑스러웠던, 즐거운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너 말고 아무도 (Walks on water) 각본/감독 임휴찬 동시녹음 김효준, 최헌준 미술/소품 고은상 스크립터 이지현 조명 황현 현장진행 김국현 촬영/편집 임휴찬 출연진 기환 조윤정 김지아 윤이준 김국현 2017. 9. 4.
언어 세탁 - 투자와 투기 수년 전, 다단계 판매에 빠진 사람이 영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장 연설을 하고 있는 도중에 청중 한 명이 대뜸 물었다. "이거 다단계 아니에요?" 연설자는 정색했다. "다단계 아닙니다. 이건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겁니다." 이미 수많은 사례를 들어왔었지만, 실제로 이런 광경을 목도하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용어는 당연히도 다단계 판매방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의식해 만든 얄팍한 대체 표현이다. 부정적이거나 비도덕적으로 인식되는 용어를 다른 단어로 변환하면 발화자는 양심적 가책을 덜어낼 수 있다. 또한 청자 입장에서도 즉각적인 거부감이 일정 수준 상쇄되어 '들을 여지'가 마련된다. 지칭하는 용어의 변환을 통해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 세탁'은 이익 취득.. 2017. 8. 24.
휴찬 연기연출 연구소 컨셉 영상 2017. 5. 10.
Kyoto & Osaka 가벼운 산책 와일드한 곳을 좋아하지만, 시간상 가까운 곳을 선택. 교외선 느낌의 게이한 전철 완행.급행이 역을 통과할 때, 완행열차 기관사가 플랫홈으로 나가 임시 안전요원 역할까지. 교토의 한 버스 정류장에는 안내원이 계속 서 있었는데, '이 곳은 앞으로 2시간 동안 버스가 서지 않는 곳입니다.'라고 사람들에게 안내해 주기 위해 서 있었음. 내 체질엔 오사카 들르지 말고 교토에 계속 머물러야 했을 것을. 응? 치과! 은각사.교토의 유명한 신사나 사찰을 제대로 보려면 새벽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음.후시미이나리도 들렀으나 금요일 밤의 홍대입구역 계단처럼 사람들로 길이 꽉 막힘.오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점점 더 인파가 많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후다닥 다른 곳으로 피신. 은각사 옆 철학의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이 아이들.. 2017. 5. 5.
답답한 순간들 이른바 예술(주로 무대와 영상)을 한다는 사람들 중에 텍스트를 일차원으로만 해석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게다가 그게 정답이라고 믿기까지 한다. 당신들은 지금 당장 표현을 그만두고 감각부터 훈련해야 한다. 2017. 4. 28.
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엔 관심이 덜할까? http://gyuhang.net/3337 어제 규항넷에 올라온 글. '전망을 위하여' ---------------- '속아주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욕망들의 실체'일 뿐이지 않을까. 늘 (이른바) 진보시민을 자처하는 대다수가 그랬다. 시민들은 조금 더 공정공평한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원할 뿐, 사회주의는 커녕 유럽식 사민주의 조차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 '틀'을 벗어나는 건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도 같다. 또한 그 두려움의 이면에는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되고픈 욕망이 거세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 즉 자기가(어쩌면 '자기만')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다리만 남아 있다면, 체제는 변하지 않길.. 2017. 4. 5.
소통과 표현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솔직한 표현은 다르다. 대개는 솔직하지 못해도 쉬운 표현일 때 '소통한다'고 착각한다. 솔직함은 때때로 무척 난해한 방식의 표현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곧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 영역만이 그 솔직함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어쩔 수 없이 수반된 난해함은 궁극적인 소통을 위한 몸부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이 작품으로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이해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내밀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러한 성격이 짙을수록 공동작품이란 개념은 넌센스. 2017. 3. 21.
단편 '건널목' 스틸컷 이미지 단편영화 '건널목' 촬영을 끝마쳤습니다.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이미지와 색채의 80% 가량은 끌어낸 것 같습니다.신기하게도 로케이션마다 계획된 촬영시간에 정확히 끝냈습니다.어쩌면 이젠 욕심을 줄여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또한 고가의 촬영장비보다는 미술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 같습니다. 추상적인 스토리와 감정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디렉션을 잘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화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무비워커스 멤버들도 모두 이른 아침부터 심야까지 고생하셨습니다. 건널목 각본/감독 임휴찬조감독 김효준촬영 임휴찬조명 박대호, 최헌준녹음 김윤태, 황현 출연진 김두현 허정이 김윤의 천소라 기환 2016. 12. 6.
연극판에 잔존하는 악습 한국에서 이제 갓 배우 생활을 시작한 재일교포와 이런저런 대화를 잠시 나눴다.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엔 모 극단에 들어 갔었다고 한다. 꽤 유명한 중견배우가 운영하는 극단이다. 하지만 그는 몇 달 지나지 않아 그 곳을 나왔다."한국의 선후배 문화를 안 겪어봐서 적응을 못하겠더라고요.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욕만 듣다가 와요. 연기를 가르쳐 주진 않아요. 그냥 하루종일 선배들이 후배들 군기만 잡아요. 농담이 아니고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만 들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전 맞은 적은 없어요."그는 지금 연극엔 생각이 없고, 영화 방면으로만 알아본다고 한다. 지난 해, 같이 활동했던 배우는 우연히 지인을 통해 대학로 20대 연극인 모임에 종종 참석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그 자리에서 20대 후반의 선배가 20대.. 2016. 8. 9.
원천스토리와 별개로 존재해야 하는 대본 최근 공모전의 추세는 '원천스토리'다.우선 글로 완성된 스토리의 완결성과 참신함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이 매력적이면 이후 영화, 드라마, 연극, 웹툰 등으로 확장하여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매우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분명히 상업적 매체 활용도로 보자면 효율적이긴 한데, 각 표현 장르가 갖고 있는 독창성 측면에서 보자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창작 희곡의 경우, 실제 연극 제작 경험이 있는 작가의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다른 성질을 띠는 경우가 많다.전자는 철저히 무대화를 전제로 씌어지고, 후자는 무대를 의식하기는 하되 텍스트(스토리)의 완성도를 우선으로 씌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후자에 속하는 희곡은 막상 무대로 옮길 경우 맛깔이 .. 2016.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