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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던 때가 있었다 2018년 여름, 러시아 월드컵. 한국은 이미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거푸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남은 경기는 세계랭킹 1위 독일과의 승부. 가망이 없어 보였다. 대부분 3전 전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예상하고 있었다. 경기 전날 단편영화 제작팀과 회의가 있었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한마디 꺼냈다. “내일은 축구나 보면서 쉬어야겠다. 한국팀을 위해 위로주 한잔 하면서.” 거의 모두들 경기 결과를 포기했다는 듯 한숨 섞인 웃음을 내뱉었지만,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던 후배 한 명의 의견은 달랐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이길 수 있어요. 해봐야 아는거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 친구가 허무맹랑하게 보였다기보다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니,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2020. 6. 24.
[단편영화] 너 말고 아무도 (2017) 단편영화 '너 말고 아무도'가 씨네허브 단편상영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너 말고 아무도, Walks On Water (2017)교통사고로 두통이 심해진 선재는 늘 여자친구가 사라지는 악몽을 꾸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손상됐던 선재의 뇌신경이 점차 회복되면서 지워졌던 기억들을 되찾고 현실을 깨닫는다.As www.cinehubkorea.com Synopsis교통사고로 두통이 심해진 선재는 늘 여자친구가 사라지는 악몽을 꾸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손상됐던 선재의 뇌신경이 점차 회복되면서 지워졌던 기억들을 되찾고 현실을 깨닫는다. - 제작연도 : 2017- 각본/감독 : 임휴찬- 출연: 기환, 조윤정, 김지아, 윤이준, 김국현- 촬영/편집: 임휴찬- 미술: 고은상- 동시녹음: 김효준, 최헌준-.. 2020. 6. 22.
고양이의 믿음 8년째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자라서 당연히 애교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여전히 신기하다. 배를 까 뒤집고 가슴 부위를 조몰락거려도, 턱 밑에서 목을 쓸어내리며 힘을 주고 눌러도, 꼬리를 붙잡고 빙빙 돌려도, 민감할 것 같은 급소 부위들을 마구 만지는데도 기분 좋다며 ‘갸르릉’거리기만 한다. 곁에 있는 인간이 자신을 해할 것이라는 의심이 전혀 없다.어쩌다가 발치에 와 있는 걸 모르고 발등이나 꼬리를 잘못 밟아도 얕게 ‘끄응’ 소리를 낼 뿐, 자신을 공격한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단지 실수였다는 걸 다 아는 듯한 눈빛. 완전한 신뢰관계라고 해야 할까? 예닐곱 살 꼬마 때도 집에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자라면서 다소 방어적으로 .. 2020. 6. 22.
우물 안의 감정 - 감정의 실체를 찾아서 초등학생 때, 좋아하던 여학생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있다. 실패한 짝사랑이어서가 아니다. 원래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 다른 아이가 자꾸만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열 살이 조금 넘은 꼬마는 고민에 빠졌다.‘나는 바람둥이인가?’경직된 도덕률에 길들여졌던 탓이다. 관습과 미디어는 ‘일편단심’을 미덕으로 칭송했다. 특히나 어릴 적의 통속 드라마들은 이별이나 이혼을 요구하는 자를 악인으로만 묘사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내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로부터 약 20년 후, 그 꼬마는 또 다른 감정에 직면한 적이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와 술을 마시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이런 애가 내 여자친구면 좋겠다.’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 후배가 나쁜 여자였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2020. 6. 17.
당신은 '동안'이십니까? ‘동안’의 세상이다. 너도 나도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 애쓴다. 젊은 취향의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꿔 보기도 한다. 노화를 방지해 준다는 비싼 화장품도 사고 틈틈이 운동도 한다. 여유가 있으면 피부과에서 안티에이징 시술도 받고, 효과만 있다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업무상 미팅이든, 친목 모임이든, 서로 ‘동안’이라고 칭찬하는 광경은 이제 일상적이다. 최근 몇 년간 만난 사람들의 90% 이상이 스스로 동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다들 나이보다 어려 보이니, 상대적으로는 이제 제 나이로 보이게 된 셈이 아닐까?​여하튼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노안으로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중엔 정말 나이보다 전혀 어려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그들은 피부.. 2020. 6. 17.
한강변 - 고양시 어딘가 우연히 3년 전쯤 자전거를 타고 하염없이 달리다가 알게 된 곳. 이 길은 사계절이 다 예쁘다. 2020. 6. 17.
지하철의 터치 다운 히어로 퇴근길이었을까? 유난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날이었다. 출근 시간대보다는 조금 낫지만, 여전히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서 있었다. 별 의미 없는 잡념을 하나씩 떼어내며 차분히 나를 가라앉히는 중이었다. 쿵! 무언가가 강하게 어깨를 밀쳤다. 내 안의 명상가는 삽시간에 달아나 버렸다. ‘무슨 일이지?’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서 있던 자리 앞 편에 빈 자리가 나 있었다. '럭비 선수인가?' 누군가 승객들의 스크럼을 유유히 헤치며 달려 나오더니 빈 자리에 터치 다운했다. 꽤 멀리서부터 수비수들을 밀쳐내며 헤집고 들어온 듯 하다. 주위의 사람들도 득점을 내어 준 탓인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터치 다운 히어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헬멧을 벗자 중장년 여성임이 밝혀졌고, 럭비.. 2020. 6. 8.
[상영]아무데도 없다 -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단편 '아무데도 없다' 2019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부문에 상영됩니다. (국내경쟁2) ​ - 9월 6일(금) 17:30 - GV - 9월 7일(토) 18:00 - CGV영등포 9관 * 예매는 CGV홈페이지에서 상영 일주일 전부터 가능합니다. ​ 출연 : 민이봄, 이주현, 임휴찬 감독 : 임휴찬 https://www.sesiff.org/2019/program.html?sec=DD02&q=212 ​ 2019. 8. 18.
온전한 내가 아니다 늘 '사람들은 생존의 두려움 때문에 온전한 자기자신을 포기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낯부끄럽지만 이 '생각'을 스스로 근사한 '통찰'이라 여기기도 했다. 그런 통찰을 한 나는 온전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지인의 병사 때문일까? 먹기는 귀찮고 버리기는 애매해 야채칸에 처박아 뒀던 사과를 꺼내보듯, 그 분의 글들을 몇 개월만인지 들춰보았다. 그리고 그 글들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다만 그 글들의 촉감에 머리가 환기되었다. 두려움 없이 내밀한 것들을 써 내려간, 그러면서도 때론 한 발자국 뒤에서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온전한 글의 촉감. 그 촉감을 매만지자 나는 온전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 생존을 위해 나 자신을 기만하고 있었다. 군중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 헤매인 것은 .. 2019. 2. 20.
페루&볼리비아 여행 슬럼프, 삶에 대한 슬럼프.가능한 멀고 거친 곳을 찾아 무작정 떠나보았다. 이왕이면 이 곳에서 가장 먼 지구 반대 편. 항공권만 달랑 예약했다가, 그래도 뭐라도 하나 해야지 해서 잉카트레일을 예약.나머지 시간은 흘러다니기로 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도 모르고 들어간 잉카트레일에선 고된 산행과 캠핑이 자연스럽게 동료의식을 형성해 주었고,볼리비아로 건너 가는 날은 항공기 운항 중단, 국경 심사 지체 등 드라마틱한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우연히 마주친 한국 친구들과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17일 간의 여정이 끝나갈 때 더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 강했으나,한국에서의 일정과 임보 맡겨둔 고양이 생각에 그냥 되돌아 와야만 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잘 지내고 있는걸까?'로 시작한 여.. 2019. 1. 7.
Peru & Bolivia Peru & Bolivia 2018.11.19 ~ 2018.12.05 2018. 12. 11.
'너 말고 아무도' 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단편 '너 말고 아무도'가 제2회 한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됩니다. '너 말고 아무도'는 12/15(토) 오전 11:20, 12/16(일) 오후 5:40 타임에 상영됩니다. GV는 12/16(일) 상영 때 진행 예정입니다.- 합정역 안티카페 손과얼굴 - 입장료 : 5천원 2018. 12. 6.